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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먹] 특이한 취향

연성/글 2019. 3. 31. 23:55 by 사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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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 2019. 3. 30. 23:28 by 사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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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리는 걸 기다리게 된 건 대체 언제부터더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지만, 마유즈미는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자신은 통화를 즐겨하는 타입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연락해 하는 것 자체를 마유즈미는 늘 귀찮아했다. 어쩌다 연락할 일이 생겨도 메일이나 라인으로 연락하지 통화는 그다지 쓰지 않았다. 전파로 목소리만을 전달하는 통화라는 행위가 마유즈미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사무적인 일을 제외하면 마유즈미가 통화하는 대상은 부모님 정도밖에 없었다. 그랬던 자신이 전화벨이 울리는 시간을 기대하게 된 이유는, 역시 아카시 때문이겠지.

마유즈미는 시계를 본다. 평소 같으면 전화가 걸려올 시간이 지났으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켜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마유즈미는 그만둔다. 이제껏 마유즈미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없었다. 전화벨 소리를 기다리게 되었다고는 하나 이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기엔 아직 장벽이 있었다.

벨 소리가 울린 건 마유즈미가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말았던 순간이었다. 발신인은 아카시 세이쥬로. 기다리던 전화다. 아카시의 이름을 보고 반사적으로 통화버튼을 누르려던 마유즈미는 순간 멈칫한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전화였으나 바로 받을 수도 없었다. 한차례 숨을 들이켰다 내뱉고 나서야 마유즈미가 통화버튼을 누르면 핸드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마유즈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 오늘은 조금 늦게 전화했네요.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
"...별로."

아카시의 질문에 최대한 평정을 가장해 마유즈미는 대답한다. 그렇지만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마음 정도는 이미 알고 있겠지. 아카시를 속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증거로 핸드폰 스피커 너머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카시를 속일 수 없단건 마유즈미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솔직해질 수 없는건 순전히 마유즈미의 고집이었다.

 

아카시의 웃음소리가 멎으면 이어지는 건 전화상의 짧은 침묵이다. 그렇게나 기다렸던 아카시의 전화 건 만 마유즈미는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늘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 마유즈미는 전화가 싫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도 힘든 것이 전화상으로는 배로 어려워진다. 마유즈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아카시도 마유즈미가 말을 꺼내주길 기다려주겠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마유즈미로서는 더욱 난감해질 뿐이다. 전파 너머의 아카시는 지금쯤 생글생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미간이 찌푸려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유즈미는 다시 시계를 본다. 마유즈미가 사는 일본은 밤 시간대였으나 아카시가 있는 곳은 아닐 터다. 그 사실이 마유즈미는 안타까워진다.

"거기는 이제 아침이려나."
- 네. 이제 막 아침을 먹고 아침 훈련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늘 이곳은 날씨가 맑네요.

마유즈미가 툭 중얼거리면 아카시의 산뜻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카시는 현재 미국의 NBA의 프로선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카시와 마유즈미는 이른바 장거리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 때 아카시에게 같이 미국으로 갈 것을 권유받기도 하였으나 일본에 남기로 결정한 건 마유즈미 본인이다. 그 결정에 후회는 없었으나 아카시와 자신의 거리를 실감할 때마다 쓸쓸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기술이 발달해 세계가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본과 미국은 먼 거리였다. 마유즈미는 길게 숨을 뱉는다. 통화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마유즈미 탓에 아카시와의 통화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이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 통화로 아카시가 있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유즈미는 좋았다. 이건 아마 아카시쪽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마유즈미는 멋대로 생각한다.

"……아카시, 보고 싶어."
-저도요.

쥐어짜듯 마유즈미가 속삭이면 나지막이 아카시의 대답도 돌아온다. 다음에 직접 아카시의 얼굴을 보려면 과연 언제가 될는지. 그런 건 지금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은 그저 아카시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러고도 또 한동안 말이 이어지지 않은 상태가 계속됐으나 핸드폰은 여전히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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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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