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즈미는 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째서, 라고 한다면 그저 취향의 차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단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메이저한 취향이 있으면 마이너한 취향도 있기 마련이다. 마유즈미는 그 대다수한 취향에 안 들어갔을 뿐이다. 단 음식은 입에 맞지 않는다. 그저 그뿐이다.
그렇기에 마유즈미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행사도 썩 달갑지 않았다. 애초에 발렌타인데이고 화이트데이 같은 행사는 모두 기업에서 만든 상술일 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마유즈미가 되는 라이트노벨의 신간에서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이벤트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것에는 별생각 없지만, 실물 초콜릿이나 사탕은 산 적이 없다. 어차피 줄 사람도 없거니와 평소에 안 먹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라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였지만 마유즈미에게 올해 화이트데이는 조금 달랐다. 아카시세이쥬로라는 연인이 생긴 탓이었다. 연인이 생기고 처음으로 맞는 화이트데이에 마유즈미는 제법 고민했다. 아카시와는 올해 3월부터 정식으로 교제하고 있다. 원래라면 연인들에게 있어서 화이트데이란 것은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일 터다. 더군다나 연애 초기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니었던가. 아카시와 마유즈미는 둘 다 남자였다. 거기에 아카시가 이런 이벤트를 좋아하는지 마유즈미는 모른다.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아카시에게 초콜릿을 주기 위해 여학생들이 체육관 바깥으로 줄 서 있을 정도긴 하지만 정작 아카시가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주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아카시도 마유즈미처럼 이런 이벤트를 챙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걸지도 몰랐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서야 마유즈미는 들었던 화이트데이 패키지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역시 관두자. 평생 안챙겼던 화이트데이를 갑자기 챙기는 것도 우습지. 올해도 마유즈미는 화이트데이를 그냥 보내겠다고 결심하며 화이트데이 관련 장식으로 가득채운 매장을 나왔다.
"자, 이건 선물이에요, 마유즈미 선배."
내밀어진 상자는 겉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장지에 쌓여있었다. 마유즈미는 선뜻 상자를 받지 못했다. 누가 아카시 세이쥬로는 화이트데이를 안챙길거라 멋대로 생각했던가. 아니, 나인가. 할 수 있다면 마유즈미는 조금 전의 자신에게 따지고 싶었다.
화이트데이 패키지를 들고 고민하다가 그냥 매장을 나온지 몇 시간 후, 마유즈미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원래 오늘은 아카시와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평일이기도 하고 아직 고등학생인 아카시는 꽤 바빴다. 마유즈미가 화이트데이 패키지를 들고 고민하다 그냥 내려놓은 이유는 그 이유도 있었다.
그런 마유즈미의 예상을 깨고 저녁시간에 아카시는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그것도 이 딱 보아도 비쌀 거 같은 상자를 들고서. 그에 비해 마유즈미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카시 이게 웬……."
"오늘은 화이트데이잖아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랬나. 마유즈미는 머리를 싸매고 싶어진다. 선뜻 마유즈미가 상자를 받지 못하고 굳어있으면 아카시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다.
"마유즈미 선배 쪽은 준비를 못하셨나 보네요.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했고. 이건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선물일 뿐이니깐요."
기대를 안 했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섭섭해진다. 그러나 화이트데이 선물을 준비 못 한 건 맞기에 마유즈미에게 할 말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유즈미는 순순히 상자를 받는다. 상자를 열어보라는 아카시의 눈치에 조심스레 상자를 개봉하면 상자 안에는 역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동그란 철제통과 또 다른 상자가 들어있다. 동그란 통을 열면 화이트데이답게 사탕이 들어있었다. 또 다른 상자를 열면 척 보아도 비싸 보이는 시계가 들어있었다. 대체 이게 얼마일까. 마유즈미는 속으로 견적을 내보다가 무서워져서 그만두었다. 선물을 준 당사자인 아카시에게 물어보면 정확한 답을 주겠지만 그건 더 무서웠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게 마유즈미로서는 최선이었다.
"별거 아닌걸요."
산뜻하게 아카시는 말했지만, 마유즈미로서는 마음이 더 무거워질 뿐이다. 그런 마유즈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카시가 먹어보란 듯 사탕 통 쪽에 눈짓함. 이렇게 받아놓고 사양하는 것도 그렇겠지. 조금 망설이다가 마유즈미는 사탕하나를 입에 넣는다. 입에 넣자마자 씁쓸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사탕이기에 단 맛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단맛도 씁쓸한 맛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도 역시 고급 수제 사탕이거나 그런걸까. 확실히 시판에서 파는 사탕과는 달랐다. 단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유즈미지만 이 사탕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나쁘지 않네."
아카시가 감상을 기대하는 눈치여서 마유즈미가 한마디 한다. 마유즈미의 말을 들은 아카시는 만족스레 웃었다. 사탕을 우물거리고 있으면 역시 아카시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그때의 화이트데이 패키지를 역시 사올걸 그랬나. 마유즈미는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 미안, 난 정말 아무것도 준비 못해서…"
"정말 괜찮아요. 선배가 이런 기념일 챙기는 걸 별로 안좋아할 거라는건 저도 알고 있었고 게다가……"
게다가? 의아하게 마유즈미가 바로 앞에 있는 아카시를 쳐다보면 갑작스레 얼굴이 잡혔다. 당황할 틈도 없이 입술이 맞추어 진다. 열린 입술사이로 아카시의 혀가 마유즈미의 구내로 침입한다. 서로의 타액이 섞인다. 사탕을 물고 있어 입안에 모였던 타액을 아카시가 전부 빨아마셨다. 한참을 붙잡혀 있고 나서야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타액이 입가에 흘렀다.
"사탕 맛있네요."
어느새 사탕은 마유즈미의 입안에서 사라진 상태이었다. 아카시의 말로 마유즈미는 사탕의 행방을 깨닫는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입맛을 다시며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연인에게 마유즈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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