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기억 속의 어머니는 항상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건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랬다. 어렸을 때 보았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아카시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어머니의 웃는 사진과 그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꽃. 슬플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카시에게 그 광경은 압도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어찌할 수도 없는 찬란한 광경은 어린 아카시에게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그 자리에서 아카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때의 아카시로서는 최선이었다. 그 자리에서 아카시는 울지 않았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아카시에게서 어머니뿐만 아니라 눈물마저도 빼앗아간 자리였다.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눈앞의 광경과 기억 속 어머니의 장례식을 아카시는 겹쳐보았다.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보는 건 이걸로 두 번째. 그때와 달리 아카시는 더이상 애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아카시에게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곳에서 아카시는 무력했다. 그때처럼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마유즈미 치히로가 죽었다. 흔하디흔한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다. 하지만 아카시에게 있어서는 단 하나뿐인 마유즈미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였다. 어머니 때와 다르게 마유즈미의 장례는 조촐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본질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젊은 사람이 안타깝게 됐어. 누군가의 탄식 소리가 아카시의 귓가에 들렸다. 라쿠잔의 멤버들이나 중학교 때의 동창들이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던 것도 같다. 그런 것들은 아카시에게 있어 위안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해도, 아무리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도 마유즈미가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어머니의 장례식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움직이지 않는 그의 사진을 보면 싫어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유즈미는 이제 없다고. 그렇게 인정해버리면 아카시 세이쥬로의 세계가 무너졌다.
――그런 꿈을 꾸었다.
아카시는 천천히 눈을 뜬다. 주위는 아직 어둡다. 시계를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새벽인 건 알 수 있었다. 눈을 뜬 아카시가 부자연스럽게 뒤척이면 무언가 옆에 걸린다. 자는 마유즈미다. 마유즈미의 집에 왔다가 너무 늦어져 하루 묵고 가기로 했었지. 잠시 잊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참을 수 없어져 아카시는 자는 마유즈미를 끌어안는다.
"으음… 아카시…?"
"아, 깨셨나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카시는 끌어안은 마유즈미를 놓치지 않는다. 눈을 비비던 마유즈미가 아카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다. 자신을 끌어안은 아카시를 이번에는 마유즈미가 껴안는다. 아카시의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대체 무슨 일이야."
"꿈을…꿔버려서……."
"꿈…?"
"……."
"아카시…?"
"…마유즈미 선배는 가끔… 제 눈앞에서 사라질 것만 같아요."
"……."
꿈을 꾸었다는 아카시는 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인가.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때때로 아카시는 불안해지는 거 같았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마유즈미는 조금 떨리는 아카시의 등을 천천히 쓸어준다.
"지금 나는 네 곁에 이렇게 있으니깐……. 그거면 됐지?"
"네… 충분해요."
아카시에게 무언가 더 할 말이 있었지만 마유즈미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아카시는 더 세게 마유즈미를 끌어안는다. 끌어안은 마유즈미는 따뜻하다. 분명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꿈과는 달랐다. 온기를 느끼며 아카시는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