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는 그 한마디만을 말했다. 군더더기 없이 너무나 깔끔한 한마디였다. 옥상에는 아카시와 마유즈미뿐이다. 이 옥상에 아카시와 마유즈미 말고 올라올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저 말은 자신을 향하는 거겠지. 썩 내키지 않는 사실이었으나 옥상은 이미 마유즈미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아카시가 늘 올라오곤 했으니까. 아카시가 이 옥상에 올라오는 이유. 왜 그런지 모른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마유즈미는 아카시의 고백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이 고백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는 예감하고 있었다. 거기에 오늘은 이 학교에 마지막으로 마유즈미가 오는 날이다. 즉, 졸업식이다. 고백하기에는 좋은 타이밍이었을 테지. 다만 아카시가 졸업까지 고백하기 위해 기다렸던 점이 마유즈미에게는 조금 의외였다. 이런 일에 대해서 아카시는 기다리지 않을 거 같았는데.
마유즈미는 시선을 내린다. 숨을 들이켰다. 옥상의 찬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온다. 솔직하게 말해 아카시의 고백을 받은 순간 기뻤다. 마유즈미 치히로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좋아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고백을 받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 좋아했다. 오래전부터 주욱. 아카시가 마유즈미를 좋아하기도 전부터. 하지만 마유즈미가 이 고백을 받고,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카시와의 관계가 변하고. 그다음엔? 결국 둘 다 고등학생일 뿐이다. 치기 어린 감정일 뿐이다. 관계는 언젠가 끝난다. 끝날 때가 올 것이다. 아카시의 조건을 생각하면 더 그렇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자신은 이날의 고백을 받은 걸 후회하게 되는 걸까. 이 사랑은 온전히 마유즈미만의 것이다. 빛바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보답받을 걸 상정하고 시작한 사랑이 아니다.
마유즈미는 겁쟁이에 자기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자기중심적에 이기적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유즈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으니깐. 그러니 아카시의 고백에 들려줄 대답은 하나 뿐이다. 마유즈미는 내렸던 시선을 다시 올려 아카시의 눈을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