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꿈이다.
마유즈미의 머리에 생각이 스친다. 어째서 이것이 꿈인지 알 수 있냐는 의문에는 그저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고밖에 얘기할 수 없다. 정신을 차리면 이곳은 꿈이었으니깐. 흔히들 말하는 자각몽이다. 거기에 이것이 꿈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자신의 앞에 아카시 세이쥬로의 모습이 있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본래 아카시는 마유즈미보다 2학년 아래의 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작지는 않았을 터다. 아무리 잘 봐줘도 아카시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모습이다. 마유즈미가 아는 아카시보다는 한참 어리다. 그러니 이건 꿈이 틀림없겠지. 마유즈미는 깨끗하게 결론 내린다.
눈앞의 어린 아카시는 농구공을 튀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농구는 꽤 어릴 때부터 시작했다던가. 언젠가 꿈속이 아닌 현실의 아카시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은 그 앞을 지나가고 있는 설정… 일까. 그런 설정이라면 이대로 지나칠 수도 있겠으나 이쯤 되면 마유즈미도 깨닫기 마련이다. 이 꿈에서 깨기 위해서는 저 아카시와 무언가 해야 하는 거겠지. 거참 귀찮은 꿈이네. 짧게 한숨을 내뱉고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 다가간다.
다가간 거까지는 좋지만 대체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마유즈미는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아카시는 여전히 농구공을 튀기는 중이었다. 드리블 연습 중이었을까. 커다란 농구공에 비해 아카시가 작아서 마유즈미는 위태로운 기분이 든다.
"아……."
마유즈미가 고민하는 사이 먼저 마유즈미를 발견한 건 어린 아카시 쪽이다. 공 튀기는 소리가 멎고 아카시의 시선이 마유즈미로 향한다. 원래라면 존재감이 없는 마유즈미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을 텐데. 어려도 아카시는 아카시라는 건가. 마주친 시선에 마유즈미는 난감해진다.
"아, 안녕…?"
마유즈미는 머쓱하게 어린 아카시에게 인사를 건넨다. 유괴범으로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순간 걱정이 스쳤지만 꿈이니깐 분명 괜찮을 거다. 마유즈미는 애써 생각한다.
"……누구세요."
아카시가 경계심 머금은 목소리로 마유즈미를 추궁한다. 그 목소리는 묘하게 서늘하다. 그래, 이게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응으로는 기본이긴 하지. 어린 아카시의 경계심에 감탄하면서도 마유즈미는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든다.
"그, 지나가던 대학생……이라면 될까?"
"지나간다고요? 여긴 우리 집 안인데 어떻게?"
"그건……."
아카시의 말에 마유즈미는 다시 말문이 막힌다. 여기가 너희 집안이었구나. 꿈이라 몰랐어. 라고 말해도 소용없겠지. 근데 집안에 농구장이 있다니 얼마나 부자인 거야. 마유즈미는 속으로 따진다. 어쨌건 간 여차하면 마유즈미는 이대로 잡혀갈지도 모른다. 마유즈미는 일단 아카시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나, 는 미래에서 온 너의 농구의 요정, 인데……."
―라고 말해도 납득할 리가 없겠지. 어떻게든 아카시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되는 대로 말해버렸지만 말하자마자 마유즈미는 후회한다. 마유즈미는 머리를 싸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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