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즈미는 장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당하는 쪽이든 하는 쪽이든 마찬가지였다. 장난을 당하는 것도 싫지만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은 더 싫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교실에서 실없는 장난을 치며 꺄르륵 웃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되지만 마유즈미는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마유즈미는 만우절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장난을 쳐도 좋은 날이라니. 그 장난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장난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민폐일 뿐이라고 마유즈미는 생각했다.
그런 마유즈미가 장난 문자를 보내게 된 건 역시 분위기를 타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12시가 땡 치고 4월 1일이 된 순간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만우절을 챙기고 있었다. 광기마저도 느껴지는 흘러넘치는 거짓 정보들 속에는 마유즈미가 보는 라이트 노벨의 출판사도 끼어있어, 4월 1일을 맞아 홈페이지의 책 소개 페이지를 거짓으로 바꾸는 만행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평소 장난을 싫어하는 마유즈미도 이것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었다. 아니, 웃어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만우절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분위기를 타버렸다. 그러니깐 마유즈미가 아카시에게 문자를 보낸 건 사고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역시 보내지 않는 게 좋았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으로서는 부질없는 가정이다.
"마유즈미 선배……."
마유즈미와 마주 앉은 아카시가 마유즈미의 손을 맞잡아 온다. 그 손을 마유즈미는 뿌리칠 수 없다. 맞잡은 아카시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져서 마유즈미는 난감해진다.
"문자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설마 마유즈미 선배도 저를 마음에 두고 계실지 몰랐어요."
마유즈미의 손을 마주 잡은 아카시의 눈은 한없이 진지하다. 여기에 대고 그 문자는 만우절의 장난이라는 말은 마유즈미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마유즈미가 아카시에게 보낸 문자는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문자였다. 물론 만우절 장난이다. 졸업한 동성 선배의 고백 문자다. 아카시는 분명 당황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진작 눈치채고 실없는 장난은 치지 말라고 타박하던가. 그런데 설마 교토에서 마유즈미가 자취방을 구한 도쿄까지 달려와 고백을 받겠다는 소리를 할 줄은. 이 반응은 예상외였다. 지금 여기서 사실 만우절 장난 문자라고 밝히면 대체 어떻게 되는가. 한없이 진지한 아카시의 눈을 보고 있으면 마유즈미에게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아카시와 정말 연인이 되어버린다. 그것 또한 아카시에겐 못 할 짓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유즈미는 갈팡질팡 헤맨다.
"아카시 그, 게……"
아카시의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마유즈미는 시선을 내린다. 더 늦기 전에 사실을 밝혀야만 했다. 그러는 게 아카시를 위해서도 최선이지만 좀처럼 입은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말하는 게 최선이지 마유즈미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최선의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훗."
"어…?"
"죄송합니다. 설마 이렇게나 당황하실 줄 몰랐어서요."
웃음소리에 마유즈미가 고개를 들면 생글 웃는 아카시의 얼굴이 보였다. 바로 전에의 진중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마유즈미가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면 아카시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오늘은 만우절이죠?"
만우절. 그랬다. 1년에 한 번 있는 거짓말을 허용하는 날. 그렇기에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 장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아카시는 그 장난 문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렇게 마유즈미가 있는 곳까지 왔다. 하지만 방금 아카시가 그랬지. 오늘은 만우절이라고. 그렇다는 건……. 상황을 파악한 마유즈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건 금방이다.
"너어…!"
"먼저 시작한 건 선배잖아요?"
"그, 건…."
그렇게 말하면 마유즈미에게 할 말은 없었다. 설마 만우절 장난에 맞춰주기 위해 교토에서 도쿄까지 올 줄 누가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아카시라면 가능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인제야 떠올리고 마유즈미는 왠지 진 기분이 든다. 그런가. 아카시의 비정상적인 승부욕은 여기서도 발휘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머리가 단숨에 식어버린다. 마유즈미는 길게 한숨 쉰다.
"쳇, 아무튼 지는 건 싫어한다니깐."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아카시가 생글거리는 미소를 짓는다. 여전히 마유즈미의 손은 아카시에게 잡힌 그대로였다. 대체 언제까지 손을 잡고 있을 거야. 마유즈미가 가볍게 뿌리치면 아카시의 손은 떨어져 나갔으나 아카시의 얼굴에 일순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 스치는 걸 마유즈미는 봐버린다. 그러나 그것 또한 아카시의 만우절 거짓말일 거라고 마유즈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