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사탕_'s Blog
농구공 사탕

-b6/중철/52p(예정)40p/5000원(예정)4000원 *사양과 가격은 추후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에 빙의된 마유즈미랑 아카시이야기

-본 회지는 미성년자 구독 불가로 2002년생 부터 구입가능합니다.

 

 

더보기

소문이라는 것은 대체로 허무맹랑한 것이 많다. 그 사실을 아카시는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건 아카시가 그 허무맹랑한 소문의 당사자가 된 적이 많기 때문일 터다. 태생부터 남들 눈에 주목을 받는 일이 많았던 아카시에게는 늘 뒤따르는 소문이 많았다. 소문에는 사실도 더러 섞여있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사실무근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았다. 소문에 의하면 아카시는 외국에서 온 이름없는 나라의 왕자가 된 적도 있었으나 당연하게도 근거없는 헛소문이었다. 당사자가 들었을 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실무근의 소문이었으나 개중에는 진지하게 그 소문을 믿는 자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아카시를 둘러싼 소문은 무수히 많았고 그럴듯해보이는 소문도 더러 섞여 있었다. 그러나 아카시는 남들 앞에서 먼저 소문의 내용을 정정하거나 소문을 신경쓰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왜냐면 소문이란 그런 것이니까. 소문이란건 본래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커지고 부풀려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게되면 아무리 소문의 당사자라고 해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다. 오히려 내버려두면 근거없는 소문은 저절로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아카시는 요근래 들려오는 소문에 대해서도 믿지않았다. 어차피 소문일 뿐이다. 언제나처럼 사실과 관련 없는 얘기들일 뿐이겠지. 그렇지만 역시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과 관련된 소문은 아니다. 만약 아카시 본인과 관련된 소문이었다면 믿고 자시고도 없이 사실 여부 판명은 진작 나왔을 테지. 소문은 마유즈미 치히로, 아카시가 농구부에 영입했던 그에 관련된 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질 낮은 소문 따위, 언제나처럼 내버려 두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아카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믿지는 않지만, 소문에 대한 근원지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방금까지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 일어선다. 학생회실 책상 위에 졸업식 계획이란 이름의 서류가 놓여있었다.

 

 

“—오셨군요.”

빈 교실에서 창밖을 보던 아카시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시선의 끝에는 심기 불편해보이는 마유즈미가 문을 열며 서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카시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이내 조용히 미소 짓는다.

“부름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오시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나 참, 졸업 앞 둔 선배를 오라가라 하고 말이지. 게다가 이런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만나자고 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선배께서도 곧 졸업이시니 마지막으로 졸업전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 거 같아서요. 마유즈미 선배와는 이래저래 많은 일이 있었으니깐요.”

“마지막으로 할 말? 뭐어, 너한테는 요 1년 동안 꽤 신세를 진 편이었지. 나도 졸업 전에 너랑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렇지만 왜 굳이 이런 빈교실에서 보자고 한거야?”

“그거야 따로 시간을 내 학교 바깥에서 보자고 했으면 안오셨을 테니깐요. 거기다… 가능하면 선배한테는 아무도 없이 단둘이 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잠깐이라면 못해줄 것도 없긴 하지만.”

마유즈미는 간단히 수긍하고는 팔짱을 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아카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듯 주의 깊게 보았지만 마유즈미는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이내 아카시가 다시 표정을 고치고 입을 연다.

“—선배의 졸업까지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졸업준비는 잘하고 있으신 건가요?”

“나야 뭐 졸업 준비래봤자 딱히 할 것도 없잖아? 이미 수험도 끝났으니까. 그보다 네 쪽이 더 바쁜 거 아닌가? 학생회일에 농구부일까지 바쁜 시기일 텐데 나랑 이렇게 얘기할 시간이 있는 거야?”

“그렇네요. 확실히 바쁜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이정도 얘기할 시간정도는 있습니다. 마유즈미 선배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붙으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이제 도쿄에서 자취하시는 건가요?”

“뭐,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통학할 수는 없으니까. 태어나서 이제껏 여기서만 살다가 처음 하는 자취라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후후, 선배도 그런 불안함을 느끼시네요.. 그럼 나중에 도쿄에 가게 되면 선배네 집으로 찾아뵈어도 괜찮을까요?”

“우리 집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오는 거라면… 뭐어, 손님 접대 정도는 해줄게.”

“감사합니다. 만약 마유즈미 선배께서 초대해주신다면 기꺼이 가보도록 하죠.”

“초대해줄 생각은 없거든. 오는 걸 안막는 다고 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저로선 그거면 충분하니까.”

“나 참… 근데 겨우 이런 얘기를 하자고 여기까지 부른 거야?”

마유즈미가 맥 빠진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카시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아카시가 입가에 희미하게 웃을을 띄운다. 그런 아카시의 반응이 의아해 마유즈미는 목을 한쪽으로 기울인다.

“사실 이 자리는 마유즈미 선배와 얘기를 나누기 위한 것보다는 제가 마유즈미 선배에게 확인하기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확인? 나한테?”

“네. 그리고 방금 확인했습니다.”

아카시가 시선을 올려 마유즈미와 눈을 맞춘다. 아카시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확실한 적대감을 가지고 마유즈미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변한 아카시의 분위기에 마유즈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난감한 얼굴을 했다. 그 모습 또한 아카시는 놓치지 않았다. 아카시가 한층 더 마유즈미를 노려보면 마유즈미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잘 모르겠지만 확인인지 뭔지는 끝난 거지? 그럼 난 선약이 있어서 이만…”

――쿵!!

아카시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마유즈미가 이만 교실을 나가기 위해서 몸을 돌린 것과 아카시가 마유즈미를 벽으로 밀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카시에게 붙잡힌 마유즈미가 아카시를 떨쳐버리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아카시의 악력에 몸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아카시는 여전히 마유즈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마유즈미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다시 아카시를 떨치기 위해 몸부림쳤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약속 장소에 가봤자 소용없어요. 그 장소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왜냐면 제가 취소시켰거든요.”

“뭐?!”

약속을 취소시켰다는 말에 마유즈미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보자 더욱 심기가 나빠진 아카시가 마유즈미를 붙잡은 손에 힘을 준다.

“최근 라쿠잔 내에서 도는 소문이 있죠. 당신과 관련된 소문입니다. 짐작 가는 건은 없으십니까?”

“…글쎄.”

마유즈미가 아카시의 눈을 피한다. 아직도 시치미를 뗄 생각인가. 괘씸함에 아카시의 분노가 인다.

“당신과 만나기로 했던 사람이 말하더군요. ‘농구부였던 마유즈미 치히로는 요구하면 상대가 누구든 몸을 열어준다.’, 라고.”

기어코 직접 입에 담아버린 말이었다. 이 말은 그간 소문의 내용과도 일치했다. ‘마유즈미 치히로는 누구에게든 상대가 요구하면 그 몸을 내어준다. 성적인 의미로서.’ 그런 소문이었다. 그야말로 상스럽고 천박한 소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소문, 아카시는 믿지 않았지만, 그 대상이 마유즈미라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카시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버렸다. 마유즈미를 사용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는 라쿠잔 학생이었다. 마유즈미와 ‘약속’을 잡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닌 거 같은 그에게 협박하여 마유즈미와 더는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확증 또한 찾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증거 또한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의 핸드폰을 보면 마유즈미와 행위 중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이 수도 없이 나왔다. 아카시는 그 핸드폰에서 데이터를 모조리 삭제했지만, 사진이 존재했었다는 사실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아카시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에는 마유즈미 본인에게. 그리고 확인은 방금 끝났다.

“소문의 내용에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몸을 내어주는 마유즈미 치히로는 평소의 마유즈미 치히로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고.”

아카시가 마유즈미를 똑바로 노려본다. 이번에는 마유즈미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어느새 당황하던 기색은 사라졌다. 흥미롭다는 듯이 웃음을 띤 채로 아카시를 내려보고 있었다.

“――당신, 대체 누구야?”

그것은 언젠가 마유즈미에게 들었던 말. 하지만 그때와 의미가 달랐다. 그때의 마유즈미는 한심한 꼴을 보인 마유즈미를 책망하기 위해 그런 말을 썼으니까. 그때의 마유즈미는 아카시 세이쥬로가 둘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아카시는 정말로 눈앞에 마유즈미가 다른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카시 또한 알 수 없었지만.

풉. 순간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유즈미였다. 푸하하하하! 작게 터진 웃음은 이윽고 큰 웃음소리가 된다. 무엇이 그리 웃긴 지 마유즈미가 교실이 울릴 정도로 웃자 아카시의 인상이 구겨진다. 웃음소리는 이윽고 멈췄지만 마유즈미는 여전히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미안미안, 어쩐지 웃겨서. 그보다 그 대사를 네 쪽에서 하는구나, 도련님. 나는 당연히 마유즈미 치히로야. 라고 해도 믿어줄 얼굴이 아니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7)
인포 (6)
잡다 (2)
연성 (4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