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제법 듣던 말이다. 대체 그 귀염성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보며 자못 아쉬운 듯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해서 마유즈미가 귀엽다는 감정을 못 느낀 건 아니다. 평범하고 무난하게 귀엽다고 일컬어지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 귀엽다고 느끼는 감정 정도는 마유즈미에게도 있었다. 이밖에도 세상에 귀여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는 많다. 이를테면 마유즈미가 보는 라이트노벨에 나오는 사랑스런 토끼 귀가 달린 여동생 캐릭터가 그러했다. 확실히 그런 존재들과 마유즈미의 공통점은 없다. 그렇다면 귀염성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지. 마유즈미는 납득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딱히 아쉽지 거나 서운하지는 않았다.
시간은 흘러 마유즈미는 이제 어린애서는 졸업할 나이가 됐다. 더는 마유즈미를 보며 귀엽지 않아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가끔 부모님이 하나뿐인 아들을 보며 귀염성 없는 성격이라 한탄했던 거 같기도 하지만 마유즈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고등학생 즈음 되면 귀엽다는 말에는 졸업할 때다. 애초에 귀염성 없다는 말을 들었던 마유즈미에게는 별로 상관 없을 테지만. 분명 그랬을 터다.
"―마유즈미 선배, 귀여워요."
아카시가 마유즈미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훑으며 말한다. 그 손길이 간지러워 마유즈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는 듯 아카시가 넌지시 미소지었다.
"시…끄러워."
마유즈미는 고개를 돌린다.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마음대로 자세를 돌릴 수 없었다. 아카시가 몸을 위에서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는 늘 이랬다. 늘 이렇게 둘만의 시간이 되면 마유즈미에게 귀엽다고 속삭여준다. 그럴 때마다 마유즈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귀엽다는 소리에는 면역이 없다. 마유즈미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아카시 뿐이다. 도대체 아카시는 자신의 무얼 보고 귀엽다고 하는 건지. 마유즈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내 어디가 귀엽다는 거야?"
머리카락을 훑던 손길이 뺨을 쓰다듬기 시작했을 때 결국 참지 못하고 발끈한 마유즈미가 툴툴거리며 물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아카시를 올려보면 여전히 아카시가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마유즈미를 응시하고 있다. 마유즈미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그 점이 귀엽다는 거예요."
뺨을 천천히 쓰다듬던 손이 멈춰 마유즈미의 고정한다. 마유즈미를 덮고 있는 아카시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와 더 짙어졌다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대로 입술이 닿는다. 정말 취향 이상한 녀석.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유즈미는 그대로 몸을 맡겼다.
오래간만에 만난 마유즈미의 얼굴이 제법 낯설다. 그 이유가 마유즈미가 쓰고 있는 안경 때문이라는 걸 아카시는 한 박자 늦게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댄 것이 2개월 전이던가. 그때만 해도 마유즈미는 안경을 쓰지 않았을 터다. 2개월간 서로 바빠 라인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주고받은 연락에서도 안경을 썼다는 말은 없었을 텐데. 오래간만에 만난 낯선 연인의 모습에 아카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사리 찾을 수 없다.
"한 달… 정도인가. 요즘 앞에 있는 게 잘 안 보인다 싶어서 안과에 갔더니 안경을 맞춰야겠다 해서."
"그러길래 제가 너무 늦게까지 책을 보거나 컴퓨터 하지 말랬잖아요?"
"시끄러. 네가 내 보호자라도 되냐."
퉁명스러운 마유즈미의 대답에 아카시가 짧게 한숨을 쉰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생활 습관에 관해서는 마유즈미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이제 제법 쓰는 것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안경을 쓰고 다니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잔소리를 듣는 건 기분 좋진 않았다. 이래서 안경을 쓰고나서도 얘기를 안 했던 건데. 쳇, 마유즈미는 괜스레 속으로 혀를 찬다.
"이미 안경을 쓰게 됐으니 이제서 생활습관을 지적해도 어쩔 수 없겠네요."
아카시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한다. 딱히 아카시에게 잘못한 것도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마유즈미의 마음 한편에 드는 죄악감은 어쩔 수 없다.
"―그보다, 안경 잘 어울리네요, 마유즈미 선배."
방금까지 화내던 기색은 어디 갔는지 아카시가 싱긋 웃으며 눈을 맞춰 온다. 예상치 못한 산뜻한 칭찬에 얼굴에 열이 올라 마유즈미는 시선을 내려버린다.
마유즈미가 안경을 끼고 다닌 지도 이제 한 달. 그동안 마유즈미는 안경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소리를 한 건 아카시가 처음이다. 존재감이 적은 마유즈미는 대학에서도 그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물며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는 대학이란 건 본인이 원한다면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원래 사람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성격인 마유즈미에게는 어떤 의미로는 딱 맞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마유즈미에게 안경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줄 사람은 아카시 뿐이다.
"뭐야, 너 혹시 안경 취향이라도 있었던 거야?"
빤히 보는 시선에 낯간지러워져 괜스레 툴툴거리면 아카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개를 돌렸지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글쎄요. 저한테 그런 취미는 없긴 합니다만."
마유즈미의 얼굴에 손이 뻗어진다. 뻗어진 손에 의해 안경은 쉽게 벗겨진다. 아카시의 손이었다. 갑작스레 벗겨진 안경에 시계가 흔들렸다.
"―사실은, 마유즈미 선배의 얼굴이면 다 좋아하긴 하지만요."
마유즈미의 얼굴에서 안경을 벗긴 아카시가 발돋움해 마유즈미의 눈가에 입을 맞춘다. 안경을 벗으면 눈앞의 아카시가 흐릿하게 보였다. 역시 시력이 나빠진 건 조금 아쉬운 일일지도. 약간의 후회를 하며 마유즈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