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즈미가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야옹 하고 우는 바로 그 고양이다. 사건은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일어났다. 아카시는 여느 때처럼 밖에서 볼 일을 마치고 마유즈미와 동거하고 있는 집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곳에 마유즈미는 있었다. 정확히는 고양이로 변한 마유즈미가. 머리 위에 생긴 귀와 뒤에 달린 꼬리는 아무리 봐도 고양이의 것이었다. 거기에 고양이가 된 마유즈미는 아무래도 사람 말을 못하는 거 같다. 아무리 아카시가 말을 걸어도 마치 진짜 고양이가 울 듯이 냐아냐아 거릴 뿐이다.
처음엔 아카시도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상식적으로 인간이 고양이로 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애초에 마유즈미는 이런 장난을 즐겨할 성격이 아니다. 거기에 마유즈미에게 달린 귀랑 꼬리는 아무래도 진짜 같았다. 혹시 마유즈미가 장난을 치기 위해 붙여놓은 게 아닐까 싶어 귀와 꼬리를 당겼을 때 마유즈미가 아파하여 아카시는 얼른 손을 뗐다. 귀와 꼬리는 마유즈미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색이었다.
지금 마유즈미는 아카시가 가져다준 실타래를 굴리며 노는 중이었다. 고양이들이 잘 가지고 논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나 해 가져왔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잘 가지고 놀 줄 몰랐는데. 아카시는 조금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더는 옷을 안 벗으려고 한 점은 다행이었다. 아무리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렸다지만 마유즈미의 몸은 인간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고양이가 된 마유즈미한테 인간의 옷은 불편했던 건지 아카시가 옷을 입혀도 금방 벗어버리려고 했다. 마유즈미는 정말 고양이가 된 걸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카시는 작게 한숨을 쉰다.
"냐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으면 어느새 마유즈미가 아카시 앞에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유즈미를 올려 보고 있다. 고양이인 마유즈미는 아카시의 행동에 민감했다.
"이런, 걱정 끼친 거 같네요. 저는 괜찮아요, 마유즈미 선배."
"냐아……."
마유즈미를 안심시키듯이 아카시가 마유즈미의 턱을 쓰다듬어 주면 마유즈미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는다. 기분 좋아 보이는 마유즈미를 보며 아카시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간다. 머지않아 마유즈미가 자신의 머리를 아카시에게 부빗거리며 치댄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고양이들은 애정표현으로 몸을 부비적거리기도 한다고. 혹시 마유즈미는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카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마유즈미 선배, 라는 건가……."
아카시가 작게 중얼거리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마유즈미가 목을 갸웃하고 기울였다. 아카시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는 의미로 턱을 쓰다듬어 주면 마유즈미는 다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아카시의 손길에 열중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마유즈미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해결책도 모른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게 틀림없는 마유즈미 치히로라면 이것 또한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고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생각해버렸다.